나는 착한 목자로라.

나는 내 양을 알고  내양도 나를 알음이니라.

치비타스 제155호 Editorial

Ave Maria Immaculata

사랑하올 형제여러분,

부활 후 제2주일은, 착한목자 주일입니다.

나는 착한 목자로라. 내가 내 양을 알고 있다.

 

“나는 착한 목자로라. 착한 목자는 자기 양들을 위하여 본 생명을 버리노라”(요왕10:2). 착한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생명을 주셨고, 성사를 통해 당신의 몸과 피를 구속받은 우리에게 주십니다. “나는 양들로 하여금 생명을 얻고 또한 더 풍성히 얻기를 위하여 왔노라”(요왕10:10).

그래서 착한목자는 시랑(늑대)이 와도, 위기의 순간에도 도망하시지 않습니다. 양들을 마음에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착한 목자로라. 내가 내 양을 알고 있다.”(요왕10:14)

착한목자는 양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양들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다. 착한목자이신 주님은 당신이 사랑하는 자들을 하나하나 잘 알고 계시고, 주님의 양들도 예수 그리스도의 말소리를 알고 있고 잘 알아듣습니다. 그러나 품 파는 자는 양들을 알지 못합니다.

착한목자이신 예수성심의 사랑은 사제를 창조하셨습니다. 

주님은 이 땅에서 착한목자로 양인 우리에게 진리의 말씀을 가르치시고, 죄 사함을 주시고, 위로를 주시고, 자신을 십자가의 제물로 바치셨습니다. 주님은 세상 끝 날까지 양인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를 사양(飼養)하시기를 원하십니다. 예수성심은 무한한 사랑으로 우리를 양육하고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 당신을 대신해 일할 착한목자들을 주셨습니다. “그리스도가 먼저 이런 괴로움을 받고 후에 자연 그 영광에 들어가는 것이 어찌 당연한 일이”(루까24:26) 아니겠습니까. 이를 위해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주님은 자비로운 사랑으로 사제라는 존재를 만드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가톨릭 사제입니다.

그리스도의 교회에 사제들이 존재하는 것은 이 땅에서 우리를 향한 주님의 사랑의 일을 쉬지 않고 이어가기 위해서입니다. 즉, 진리의 말씀을 가르치고, 죄 사함을 주고, 위로를 주고, 자신을 십자가의 제물로 바치는 일을 계속하기 위함입니다.

(1) 사제는 영혼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빛나는 진리를 가르칩니다. 천주께로 가는 숭고한 길을 가르칩니다. 사제의 사명은 변치 않는 보편적 진리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참된 목자이신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성덕의 아름다움을 가르치고 죄의 추악함을 알리며 천주님의 뜻을 전하는 것입니다. “내가 내 양을 알고 내 양도 나를 알음이니라.”

(2) 사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혈의 공로를 위임받은 자로서, 죄의 상처를 입은 영혼을 치유합니다. 성사라는 천주의 약으로 특히 세례성사와 고해성사, 이 두 가지를 통해 성화의 은총을 회복시켜 천주의 생명을 줍니다. “나는 양들로 하여금 생명을 얻고 또한 더 풍성히 얻기를 위하여 왔노라.”

(3) 사제는 영혼들에게 초자연적인 위로를 줍니다. 사제는 고통이 지닌 가치를 알려줍니다. 지금의 참된 슬픔은 보상으로 영원한 기쁨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줍니다. 천주님의 자비로운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외로움이나 아픔으로 고통 받는 영혼들에게 주님의 무한한 사랑의 깊이를 보여줍니다. “나는 양들로 하여금 생명을 얻고 또한 더 풍성히 얻기를 위하여 왔노라.”

(4) 사제는 성화된 손으로 성체를 만지며, 천주 예수 그리스도를 천주께 봉헌합니다. 가톨릭 사제직의 가장 큰 일, 거룩한 직무는 십자가의 피 흘리는 희생을 피 흘리지 않는 방식으로 재현하는 미사성제입니다. 천주님이 기뻐하시는 유일한 제물이 제단 위에 바쳐질 때, 이 땅에는 무한한 자비가 넘치도록 부어집니다. “나는 양들로 하여금 생명을 얻고 또한 더 풍성히 얻기를 위하여 왔노라. 나는 착한 목자로라. 착한 목자는 자기 양들을 위하여 본 생명을 버리노라.”

특히 현대 세계는 가톨릭 사제를 필요로 하지만 점점 더 천주의 사랑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사람은 점점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많은 양들이 늑대의 먹이가 되어 멸망당하고 있습니다. 진리의 말씀이 이 세상의 영과 거짓으로 묻혀버렸기 때문입니다. 죄가 마치 좋은 일인 것처럼 선전(宣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의 허무와 헛된 즐거움만이 위로로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이며, 고통은 큰 악이라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천주의 사랑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너무 사랑하시기 때문에 사람이 되신 천주님을 알지 못합니다. 현대인은 오히려 천주의 지위를 빼앗으려 하고 있으며, 자신이 천주처럼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나는  자유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내가 결정하겠다. 아이를 낳을지 않을지도 내가 결정한다. 나에겐 피임약과 낙태약을 복용할 권리가 있고, 낙태수술도 자유롭게 할 권리가 있다. 이 모든 것은 나의 자유로 결정할 수 있다. 결혼도 필요하지 않고 아이도 필요 없으며 쾌락만 있으면 된다.’

그 결과 현대인은 천주의 자녀라는 고귀한 지위에서 단순한 소비자로 전락했습니다. 더 나아가 생산자가 되어 돈으로 살 수 있는 노동력이 되었습니다. 즉 노예입니다. 아니, 노예 그 이하입니다. 인간은 ‘상품’, ‘제품’으로 전락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현대인들은 말하길 ‘아이가 필요하다면 공장의 제품처럼 부품을 사서 생산하면 된다.’고 합니다. 아이를 인위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난자를 사고, 정자를 사며, 대리모 여성의 태아를 사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수정란이 ‘생산품’으로 냉동 보관되어 실험에 사용 되다가 필요성이 없어지면 폐기됩니다. 

동성애 커플들은 아이들을 마치 물건처럼 돈으로 사서 양육합니다. 그렇게 태어나서 팔려온 아이들은 자신의 진짜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 알 권리를 박탈당하고, 부모와 함께 살 권리도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천주님을 모르는 인간은 아이들을 물건 이하, 심지어 필요 없는 존재로 여깁니다.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어머니의 뱃속에서 버림을 받습니다. 부모는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여 살해합니다. 이런 낙태를 현대인들은 선택의 자유라고 말하며 아이를 죽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희생된 아이들의 숫자는 과거 대전쟁의 희생자 수를 훨씬 능가합니다. 

태어난 아이들도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고아가 되고 있으며 어릴 때부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포르노와 같은 성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자신의 성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호르몬 요법이나 수술을 받는 것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행복한 어린 시절을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만큼 주께로 돌아가 주님의 사랑을 배워야 하는 시대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주님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욱더 고통스러우며, 천주님의 진정한 사랑에 가까워질수록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께 가까이 다가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바로 주님의 성체와 주님의 사제직입니다. 예수성심께서 원하시는 대로 성전 미사성제와 성전 사제들입니다. 인간이 천주께로 돌아감으로써 참된 생명과 완성을 얻을 수 있듯이, 사제도 예수님 뜻에 가까워짐으로써만 사제생활의 참된 생명과 완성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착한목자로서의 예수사랑의 업적을 이어가기 위해 예수성심을 사랑하는 사제들을 주님은 찾고 계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 즉 영혼의 영원한 구원을 위해 주님과 협력하는 사제들을 가톨릭교회는 필요로 합니다. 그런 사제를 전 세계가 찾고 있습니다.

자비로운 사랑으로 가득 찬 예수성심은 사제를 통해 양들에게 풍성한 생명을 주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착한목자의 주일에 주님께 기도합시다. 우리에게 많은 거룩한 사제들을 허락해 달라고 기도합시다.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영혼들에게, 즉 주님의 양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히 내어주는 사제들을 주시기를 기도합시다. 미사성제, 성체성사, 고해성사를 거룩하게 여기고 소중히 여기는 사제들이 많이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합시다.

마지막으로 성모님께 기도합시다. 착한목자 예수 그리스도, 최고사제 예수 그리스도는 성모님께서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거룩한 사제가 우리에게 주어지도록, 주님께 우리를 대신해 빌어주시기를 간구합시다. 

“나는 양들로 하여금 생명을 얻고 또한 더 풍성히 얻기를 위하여 왔노라. 나는 착한 목자로라. 착한 목자는 자기 양들을 위하여 본 생명을 버리노라.”

오노다 토마스 신부

한국성비오10세회 주임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