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장례

치비타스 제151호 Editorial

Ave Maria Immaculata!

사랑하올 형제 여러분, 우리 주님께서 심판하실 때에 우리가 자비한 일을 했는지, 안했는지에 대해 물으실 것입니다. ‘자비의 업적(긍휼히 여기는 일)’은 육체적인 필요와 영적인 필요가 있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육체적인 자비와 영적인 자비는 어떤 것일까요? 복음에 따르면 “왕이 그 우편에 있는 자들에게 가로되 '내 성부의 강복하신 자들아, 세상 배포할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한 나라를 와서 차지하라. 대저 나 주릴 때에 너희가 내게 먹을 것을 주고, 나 목마를 때에 내게 마실 것을 주고, 나 나그네 되었을 때에 나를 집에 대접하고, 나 헐벗을 때에 나를 입히고, 나 병들었을 때에 내게 문병하고, 나 옥에 갇혔을 때에 나를 찾아보았음이니라.’”(마테오 25:34~37). 

그러므로 육체적인 자비의 업적은 ① 굶주린 자에게 먹을 것을 주고 ② 목마른 자에게 마실 것을 주며 ③ 헐벗은 자에게 입을 것을 주는 것입니다. ④ 나그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⑤ 병든 사람을 문병하며 ⑥ 옥에 갇힌 자를 위로 방문하고 ⑦ 죽은 자를 묻어주는 것입니다. 영적인 자비의 업적은 ① 의심하는 자에게 충고하고 ② 무지한 자에게 가르침을 주며 ③ 죄인에게 훈계를 주는 것입니다. ④ 고통 받는 자에게 위로를 주고 ⑤ 모욕하는 자를 용서하며 ⑥ 어려운 사람을 참아 견디고 ⑦ 산 자와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자비의 일을 행하는 것은 단순한 권고(선한 권면)일 뿐만 아니라 자연법과 천주의 실정법에 의해 정해진 엄격한 규범이기도 합니다. 자연법에 의해 정해져 있다는 것은 우리는  '이웃이 원하면 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천주의 실정법을 따른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가르치셨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원한 멸망의 형벌을 받는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좌편에 있는 자들에게 가로되 ‘앙화를 받은 자들아 나를 떠나 마귀와 그 악신을 위하여 예비한 영원한 불로 가라. 대개 나 주렸을 때에 너희가 내게 먹을 것을 주지 아니하고, 목마를 때에 내게 마실 것을 주지 아니하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나를 집에 대접치 아니하고, 헐벗었을 때에 나를 입히지 아니하고, 병들고 혹 옥에 갇혔을 때에 나를 찾아보지 아니하였음이니라.’”(마테오 25:41~43). 

따라서 오늘 우리는 육체적 자비의 업적 중 하나인 ‘죽은 자를 묻어 주는 것’에 대해 살펴보도록 합시다. 이는 영적 자비의 업적인 ‘산 자와 죽은 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사람의 육체를, 비록 시체일지라도 존중해야 합니다. 인간은 천주의 모상대로 창조되었고, 성세를 받으면 ‘천주의 성전’(코린토전 3:16), 또 ‘천막’(코린토후 5:1~9)이 되어 천주님이 그곳에 머무르시며 거하시기(내주 habitatio) 때문입니다. 이로써 사람의 육체는 거룩한 것이 됩니다. 창 미사를 봉헌할 때 신자들은 향을 받기도 합니다. 이는 우리 몸 안에 천주님이 거주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사후에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어 천주의 특별한 현존이 끝나더라도, 생전에 삼위일체께서 그 몸을 거룩하게 하신 것을 존중하여, 시체도 소중히 다루어야 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도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후 묻히셨습니다. 아리마테아 요셉(마테오 27:57)의 ‘자비의 업적’으로 빌라도에게 하락을 얻어 “예수의 시체를 거둘새”(요왕 19:38) 또 “니고데모가 몰약과 노회 섞은 것 대략 백 근을 가지고 와서 이에 한가지로 시체를 거두어 유데아인의 장사하는 풍속대로 향액을 바르고 염포로 염”(용왕 19:39)해서 안장하였습니다. 파공 이튿날 부녀자들은 준비한 향유를 가지고 무덤으로 갔습니다. 세례자 성 요한도 목이 잘려 순교한 후 매장을 받았습니다. “요안의 문제들이 그 시체를 거두어 장사하고 예수께 고하니라.”(마테오 14:12). 라자로도 무덤에 묻혔습니다. 성 스테파노도 치명하자 “주를 경외하는 사람들은 스테파노를 돌보아 장사지내기 위하여 크게 체읍”(종도 8:2)하였다고 합니다.

가톨릭교회에서는 항상 죽은 사람의 시신을 그대로 흙 속에 묻어 매장해 왔습니다. 죽은 자를 그대로 묻어주는 것, 즉 매장하는 것은 유대교와 천주교의 수 천 년 전통입니다. 로마의 카타콤에서도 천주교 신자와 이교도의 장사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교도들은 처음에는 화장(火葬)을 하다가 점차 매장으로 바꾸었는데 19세기 말부터 유럽에서 천주교를 공격하는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가 다시 이것을 장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죽음을 잊게 하고 죽은 자의 부활에 대한 희망을 부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교황 레오 12세는 시체를 불에 태우는 것을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고, 1886년 교황청은 “화장을 하는 사람은 교회에서 장례식을 치를 수 없다”는 교령을 내렸습니다. 이는 1917년 교회법 1240조에서도 반복되었습니다. 1926년에도 검사성성은 화장을 배척했습니다. “이 야만적인 관습은 천주교적 경건뿐만 아니라 고인의 시신에 대한 자연적 경건함에도 혐오감을 주는 것으로서 교회는 처음부터 끊임없이 금지해 왔으며, 사실 천주교의 적들은 시체를 화장하는 것을 자랑하고 전파하고 있다. 시체를 화장하는 것은 오직 사람들의 마음을 죽음에 대한 명상으로부터 서서히 멀어지게 하고, 죽은 자의 부활에 대한 희망을 없애며 물질주의로 가는 길을 준비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의 규율이 변화됐습니다. 1964년 교황청의 지침에 따르면, “그리스도교를 반대하는 마음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면 화장이라 할지라도 교회의 장례식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했고, 1983년 교회법은 이를 반영했습니다. “천주교 교리에 반하는 이유로 화장을 선택하지 않는 한, 화장을 금지하지 않는다.”(교회법 1176조).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화장은 금지되어있습니다. 우리는 교회의 성전(聖傳)을 가능한 한 지키고, 이를 회복하고자 합니다. 적어도 천주교는 창립 이래로 매장을 해왔고, 항상 매장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화장 자체가 가톨릭교회의 교리에 반대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령이나 경제적인 이유 등 피할 수 없는 상황이나 공동선을 위한 것으로서 가톨릭교회를 반대되지 않을 것, 유물론에 의한 것이 아닐 것, 걸림돌이 될 위험이 없을 것 등의 조건 하에 화장이라도 교회에서 장례식을 치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스스로 화장을 원한다면 교회의 장례식은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화장은 전염병 등으로 법령에 의한 제한이 없는 한, 교회에서 장례식을 치른 후 화장하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화장한 유골 등의 잔재도 소중히 다뤄야 합니다. 바다나 산에 뿌리지 말고 축복받은 무덤에 안치해야 합니다. 

오노다 토마스 신부 

한국성비오10세회 주임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