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삼위일체와 현대인들의 거짓되고 독이 있는 삼위일체 (2025-06-15)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아멘.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전례력의 전반기 대관식은 성삼위일체 축일입니다. 성탄의 신비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인간이 되신 천주성자를 우리에게 보내시는 천주 성부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성주간의 천주 신비는 아들이신 그분의 수난과 십자가 위에서의 죽음으로 우리를 실제로 구원해 주시는 천주성자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성신강림절에서 우리는 우리를 성화시키시는 분, 즉 성화성총을 통해 우리의 영혼을 소유하시는 천주성신을 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천주님의 자녀가 되고, 천주님의 자녀로서 행동하고 살아가며, 천주님과 함께 영원한 행복의 상속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성화은총을 통해 천주께서 우리 영혼에 진정으로 현존하실 때 오직 가능합니다. 그리고 천주께서 우리를 초자연적으로 아시고 사랑하신다면 우리는 오직 이 성총 지위에 있을 수 있습니다.

     

천주님은 바위를 자연적으로 아시고 사랑하시고, 개를 아시고 자연적으로 사랑하십니다. 하늘의 별과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주님은 악마를 자연적으로 아시고 사랑하시며, 또한 결코 회개할 의도가 없는 죄인조차도 아시고 사랑하십니다.

그러나 성총지위에 있는 가톨릭인 신자는 천주님께 초자연적으로 알려져 있고 사랑받고 있으며, 그리고 그의 수많은 결함과 약점에도 불구하고 천주님께 사랑받고 있습니다. 개, 악마에 대한 천주님의 지식과 사랑, 그리고 성총지위에 사는 성세 받은 영혼에 대한 천주님의 지식과 사랑 사이에는 우주적인 무한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어떤 사람이 성총지위의 상태에 있을 때, 성삼위의 세 위격 모두가 이 사람을 초자연적이고 특별하고도 친밀한 방식으로 아시고 사랑하십니다. 이것을 우리는 삼위일체 거주라고 부릅니다.

성삼위께서 이런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현존하실 때, 이 사람의 모든 행동과 작용의 근원은 초자연적입니다. 그러나 성총의 지위에서 살지 않는 사람의 경우, 그 사람의 행동과 작용의 근원은 단순히 자연적인 것입니다. 성삼위께서 초자연적으로 거주하시는 사람에게는 초자연적 미덕과 성신 칠은(七恩)이 행동과 작용의 근원입니다. 따라서 이에 해당한 인물은 천주님 방식으로 살고 행동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성인들에서 보는 명백한 '초능력'인 능력 – 초월적 지혜, 초월적 용기, 초월적 인내, 초월적 견인,초월적 정결 - 등을 설명합니다.

       

사랑과 관련된 성삼의 현존은 성 바오로께서 이 가르친 성신의 열매를 맺습니다: 애덕, 기쁨, 평화, 인내, 온유, 선함, 절제, 충실, 정결... 이런 열매들은 성인들의 특징입니다.

성총을 함양하고, 덕목을 습득하고 실천하며, 영혼 속에 계시는 천주성삼의 현존은 단순히 성인을 낳는 것이 아니라, 또한 그리스도인 사회, 그리스도 문명, 가톨릭 도시, 또는 우리가 그리스도 왕국라고 부르는 곳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2000년 된 그리스도 문명, 이 "천상의 왕국"을 이곳 지상에 건설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가톨릭 신앙을 전파하고, 교회의 적들과 싸우고, 가톨릭 교리를 수호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했고, (예수님 이후) 첫 300년 동안 피를 흘리며, 때때로 피를 흘리는 것도 똑같이 필요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톨릭교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이 성총을 함양하고, 덕행을 실천하며, 거룩함 속에서 성장함으로써 그들 내면 안에서 천국을 건설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들은 효과가 없고 무의미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자기 영혼 안에 계시는 성삼의 친밀하신 현존을 소중히 여긴다면, 어떻게 우리 마음에 오류가 있거나 마음에 부도덕함이 있을 수 있을까요? 모든 선의 근원이신 오직 하늘에 계신 성부의 존재하심과 그분의 시선 아래 저들이 살지 않는다면, 어떻게 형제애가 있는 친밀한 사회에서 살 수 있을까요? 성삼위의 현존로 인해 각 영혼이 천주님 신덕, 망덕, 애덕의 덕행에 따라 살아간다면, 어떻게 그리스도교 문명이 존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스도교 문명은 사회적 차원 이전에 개인 차원에서 건설되어야 했습니다. 천주님의 왕국은 국가의 법률과 전통, 예술, 학문 이전에 먼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먼저 건설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200여 년 전, 사람들은 - 가톨릭인들은 - 교만심 때문에 성삼위일체를 또 다른 삼위일체로 대체하고자 했습니다. 성부와 성자, 성신의 감미로운 멍에 대신에 세상에 불을 지른 혁명인 자유, 평등, 박애 또는 형제애라는 멍에로 대체되었는데, 이것들은 교만이라는 동일한 죄의 세 가지 형태입니다. 우리에 대한 천주님의 권리를 거부하는 자유, 우리에 대한 천주님의 확립된 질서를 거부하는 평등, 천주님을 모두의 공동 아버지로 삼는 것을 거부하는 동료들과의 형제애입니다.

오늘날, 현대의 삼위일체가 있습니다: 국가, 경제, 그리고 기술이라는 세 가지 형태의 교만이라는 같은 죄, 즉 같은 동전의 양면, 즉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입니다.

성삼위일체를 대체하기 위한 다른 삼위일체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 모든 삼위일체는 악마, 세상, 육신의 삼위일체로 바꿀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성삼위일체를 거짓 삼위일체로 대체함으로써 초자연적인 성총을 잃을 뿐만 아니라, 자연 자체도 파괴했습니다.

그리스도교 문명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현대인은 잘못된 치료법을 적용하려고 합니다. 왜 잘못된 치료법일까요? 문제는 현대인이 영혼과 사회에서 천주님의 현존으로 인한 혜택은 원하지만, 천주님의 존재를 전혀 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인이 천주님 없이 지상에 천국을 만들려고 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현대 교육에 의해서입니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많은 가르침, 교육, 정보가 있는 시대는 (과거에는) 없었지만, 오늘날처럼 인간이 진리에 거의 접근할 수 없는 시대는 일찍이 없었습니다! 배움은 많지만, 진리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배우는 것이 없습니다!

현대 교육은 거의 무한한 지식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흠뻑 채우지만, 오늘날의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존재하시는 자이신 천주님'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생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치지 못합니다. 교육이란 일을 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영생에 얻기 위해 이 세상의 삶에서 가치 있게 사는 방법을 아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구원할 영혼이 있다는 것을 가르치지 않는 한, 어떤 교육 시스템이나 방법으로도 더 나은 사람들을 기를 수 없습니다.

현대인들의 두 번째 치료법은 도덕적 기준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저들의 감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잘못된 것을 선택할 때, 옳거나 그른 것을 조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단순히 인간 본성의 저자이신 천주님으로부터 옳고 그른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현대인들의 자기애에 있어서 너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픈" 사람들을 "건강한" 사람으로 새롭게 인위적으로 분류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차별"이라는 마법의 단어가 사용됩니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윤리만으로,  -특히 조작된 윤리로- 정말 좋은 존재가 될 수 없으며, 가톨릭 도덕만이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해결책에서 현대인들은 말합니다: "좋아요, 도덕 대신에 교육과 거짓 윤리로는 효과가 없었어요. 그러니 인간 지성을 최대한 발전시키죠. 그러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예요." 그래서 현대인은 인간의 지혜를 발전시겼지만, 창조주와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현대인은 루시퍼의 말을 그의 행위로 반복하게 됩니다: "나는 섬기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나는 내 왕좌를 가장 높은 자의 왕좌와 같은 수준에 놓겠다."

인간의 이성은 천주님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했기 때문에, 그래서 오늘날의 인간의 지혜는 우리 존재의 목적과 최종성을 제쳐두어야 했습니다. 그 결과 인간이 존재의 최종성에 도달하는 수단을 전문으로 하는 인간의 지혜가 탄생했습니다. 이처럼 뚜렷이 완벽해 보이는 인간의 지혜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를 모두 탄생시켰으며, 두 교리 모두 로마 가톨릭교회의 무오류 치교권에 의해 견책(단죄)받았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사람들은 사물의 본질에는 관심이 없고, 사물의 유용성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공산주의는 두려움을 통해 인간을 노예로 삼는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사람들을 정욕을 통해 노예로 삼는 것입니다.

이러한 노예화의 결과는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선해지기 위해 행동하고 싶어하지 않 을 것입니다. 우월감 또는 쾌락 또는  이 두 가지 다 얻기 위해서만 행동하려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이웃을 선하거나 악한 사람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쓸모가 있거나 없는 사람으로 나눌 것입니다. 이 모두를 우리는 현대의 법률, 현대의 “의료”, 현대의 기술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치료법입니다.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것을 본 우리 시대의 현자로 알려진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의 의지를 강하게 만들면 다 좋아질 것이다.” 이 또한 거짓 치료법입니다. 병든 사람이 병든 인간 본성을 치료할 수 없으니까요. 우리의 의지는 우리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의 의지는 맞든 틀리든 간에 우리가 과거에 내린 모든 선택과 결정으로 이루진 것입니다. 이 거짓 치료법이 이룬 것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초월적 진리와 도덕적 판단을 단순히 감정의 영역에 적응시킨 것입니다. 이름하여 ‘현대주의’입니다. 우리가 교구 성당에서, 관청에서, 현대 문화에서 보는 것들입니다. 모든 것은 단순히 감정으로 대체됩니다. 현대주의적인 가톨릭이 바로 이것입니다. 진리는 감정적으로 더 용납 가능한 것의 이름으로 거부되고, 설령 그것이 공상의 세계에서 사는 것을 의미하더라도 거부됩니다. 진리가 거부되면, 논리적으로 따라오는 유일한 결과는 선한 뜻이 악한 것으로, 악한 뜻은 선한 것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현대인, 현대의 가톨릭 신자들이 우리 영혼 안에 성삼께서 형언할 수 없이 현존하심을 다시금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사람들은 성총의 귀한 은사가 과연 무엇인지 알게 될 것 입니다. 성총은 우리 안에 거하시면서 이 땅에서 그분의 신성에 우리가 참여케 하시어 우리가 저 세상에서 그분의 영원한 행복을 함께 나눌 수 있게 하시는 천주에 대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천주께 대한 “예의”를 지녀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성총이 우리 안에서 쓸모 없이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성총, 그리고 이 문제에 있어서 각각의 성사는 우 리 주님의 성혈의 가치가 있음을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천주께 지녀야 하는 또 다른 “예의”는 시간을 남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저 지옥에 가지 않는 것에 만족하고 성총 안에서 성장하는 것을 진지하게 여기지 않을 때, 우리는 시간을 남용하는 것입니다. 우리 영혼 안에 거하시는 천주의 위격은 어떻습니까? 오직 천주만이 시간과 영원의 주인이심을 잊었습니까? 우리가 보내는 시간은 우리 것이 아니라 다만 빌린 것입니다. 천주께서 우리에게 시간을 주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천주께서 ‘이 세상’이라는 기간에 잠깐 동안 우리 안에 거하심으로써, 우리가 그분의 영원하심 안에 거할 수 있는 기회를 받기 위해서 입니다.

우리가 가톨릭교회와 그리스도교 문명의 현황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우리에게 기대되는 공헌은 사회 매체나 인터넷에서 큰소리로 불평을 늘어놓거나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닙니다. 천주께서 우리에게 기대하시는 필요한 공헌은 우리가 거룩하게 성장하는 것입니다.

우리 영혼 안에 성총을 함양하는 것은 우리 영혼 안에 성삼의 거하심을 심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체를 자주 영하고, 좋은 습관은 기르고 나쁜 습관은 버리기 위해 싸우며, 선행을 자주하고, 자기 자신과 자기의 나쁜 성향을 정복하는 것입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우리를 도우시어, 우리가 천주의 자녀 되고 어머니의 자녀 되기에 우리를 더욱 더 가치있게 해 주소서.

피델 페레르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