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릭랜드 주교 : ‘르페브르 대주교께서 사도의 길을 걸으셨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르페브르 대주교께서 사도의 길을 걸으셨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대주교님께서는 시대를 통해 내려온 미사를 순수한 형식으로 발견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 피난처를 세우도록 이끌리신 것입니다. 그 곳에서 신앙의 유산이 보호되고, 계단은 온전하게 보존되었습니다. 심지어 교회 안에 있던 원숭이들이 가장 귀중한 상판을 전부 빼서 내던져버리려고 하는 동안에도요.

그리스도 안에서의 형제 자매 여러분,

일년 중 주님 오시는 것을 기다리는 이때에, 저는 우리가 성 요셉께로 시선을 돌려 보기를 초대합니다. 요셉 성인은 대부분 침묵을 지키셨지만 주님께서 오시는 데 아주 중요한 분이었습니다. 성 요셉이 목수이셨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는데, 성 마태오와 루카께서는 요셉 성인의 직업을 묘사하려고 그리스어 단어 tekton을 사용했습니다. tekton은 나무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 건축하는 사람, 그리고 “결합하는 사람”에 대해 자주 쓰던 단어입니다. 즉 목수의 기술은 나무 조각을 한데 “결합하는” 데에도 쓰였던 것입니다. 라틴 교부들은 이 단어(tekton)를 “목수”라고 해석했습니다. 

“결합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요셉 성인에게 아주 잘 어울립니다. 왜냐 하면 성인께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계단을 짜는 목수가 되도록 부르심 받았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만드신 계단은 하늘이 지상과 “결합”하고, 지상이 하늘과 “결합”하는 계단이 되었습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천주의 어머니가 되도록 부르심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성 요셉께서는 성모님과의 혼인을 통해, 그리고 아기 예수님께서 지상에서 사는 집을 봉헌하심으로써 계단을 지으신 겁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요셉 성인이 마련한 집에 사셨습니다. 요셉 성인께서 지으신 집이나 계단이 비록 지상의 재료로 만들어졌다 할지라도, 하늘나라가 이분들 위로 걸어 내려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요셉 성인께서 하늘과 지상을 연결하는 계단을 지으셨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계단에 대해 생각할 때, 그리고 하늘과 땅을 “결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 우리의 생각은 자연스럽게 그리스도의 교회로 연결됩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지상과 하늘을 연결하기 위해 지어 내신 계단 위에, 혹은 다리 위에 서 있습니다. 이 계단의 각 층계는 성사들입니다. 성사는 피조물을 창조주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심연으로부터 우리가 빠져나올 수 있는 다리가 됩니다. 그리고 신앙의 유산은 계단의 틀입니다. 우리가 이 계단 위에 잘 서 있기만 한다면, 우리는, 아기 예수님을 들고 계신 마리아와 같이, 천주님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교회 안에서, 지상에 있는 우리를 진정으로 만나고 계십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교회 속에 진정으로 계시기 때문입니다. 성사들은, 그것들이 상징하는 바를 참으로 지상으로 가져오고 결합시키는 탁월한 표지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잘 아시다시피, “형상”과 “질료”라는 측면에서 모두 제대로 “상징화”되어야 하겠습니다. (계단이 제대로 된 재료로 지어져야 하듯이요.) 형상(성사의 경문)이나 질료(성사의 물리적인 요소) 둘 중 하나라도 변한다면, 성사가 유효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계단의 각 부분은 모두 전체에서 떨어질 수 없는 꼭 필요한 요소들입니다. 

이 계단 혹은 다리는, 교회사 전체에 걸쳐 외부로부터의 지속적인 공격에도 불구하고, 항상 굳건하게 서 있으면서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공격은 교회 안에서 기원하고, 이 전쟁을 치를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로부터 기원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일어나는 일들은, 타락한 존재들이 구조적으로, 악마적인 의도를 가지고 계획한 일들의 정점이며, 교회사 전체에 걸쳐 많은 성인들께서 예언하신 바의 정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계단의 상판은 그리스도께서 직접 주신 것입니다. 그 자리를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한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무게를 견뎌내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에게는 주교로서 다음과 같은 사항이 아주 중대한 걱정입니다. 교우들이 참된 계단에 대한 통찰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가 왜 이렇게 공허해 보이는지 의문을 품는 시점에 우리는 대용품으로 만들어진 계단 위에 서 있다는 점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언제나 자신이 직접 지으신 계단 위에 서 계시면서 당신 교회에 현존하십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같은 계단에 서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리고 풀톤 쉰 대주교님께서 적절하게 일컬으신 대로, “교회의 원숭이들”에 의해 우리가 발목 잡히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주교로서, 저는 그리스도께서 주신 참된 계단에 굳건히 서 있고, 그 대가가 어떠하든 그분 안에 머무를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주신 틀은 신앙의 유산입니다. 또한 저는 계단의 상판을 뜯어내려는 어떠한 시도로부터 이 계단을 진정 보호하리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리스도의 보배로우신 피가 이 계단에 자국을 남겼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저는 부르심 받았고, 또한 순교자들의 핏자국이 이 계단에 남아 있고, 저 역시도 이 계단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피를 흘려야만 하겠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시려고, 그분께서는 사람이 되셔야만 했고, 생명의 열쇠를 들고 계신 반면에 잔혹한 죽음에 내던져지셔야 했습니다. 여기에는 비할 데 없는 의지가, 천주님의 의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이 지점으로 우리 각자를 부르고 계십니다. 온전히 천주님의 의지 속에서 걷도록 말입니다. 

이 계단을 해체하려는 시도가 언제 시작되었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공의회를 장본인으로 지목합니다. 저는 1958년 10월에 태어났습니다. 바로 그 때 요한 23세 교황님께서 성 베드로의 옥좌에 계신 Pontifex Maximus(대사제)로 뽑히셨습니다. 대사제라는 것은 또한 위대한 다리 건설자라는 의미입니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수많은 방식으로 끓어오르고 있는 교회의 혼란이 이 1958년부터 시작되었다고 자주 지목되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교황직과, 제 2차 바티칸 공의회 소집하였던 그분의 결정이 교회사의 전환축이 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1962년 10월 11일에 요한 23세 교황님께서 제 2차 바티칸 공의회를 여셨습니다. 그렇지만 교황님께서는 1963년 6월에 선종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후임자인 바오로 6세께서 뒤를 이으셨습니다. 공의회의 제 4차와 마지막 회기는 1965년 12월에 끝났습니다.

이것이 시작점이었을까요? 물론 공의회 이전에 “개혁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사항들을 해체하려는 구조적 시도가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영원한 것을 파괴하려고 시도했던 것일까요? 그들은 하늘에 속한 것을 지상적인 의미 규정을 통해 가두어 놓으려고 했습니다. 하늘로부터 주어진 것을 인간이 만든 재료를 가지고 대체함으로써 이러한 시도가 효과적으로 수행되었습니다. 그런데, 한쪽은 지상에 있고, 다른 한쪽은 천상에 있다면, 교회가 그러한데요, 그렇다면 인간이 이를 부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진리의 자리에 “교회의 원숭이”를 가져다 놓음으로써 진리를 흐릿하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공의회 이후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세상”과 함께 걸어가야 한다는 점이 교회 안에서 새롭게 강조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점으로 인해 교회의 고유한 정체성을 타협시키려는 신학적 관점에 대한 문이 열리게 되었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에큐메니즘과 같은 사상은 계단에 큰 바람을 불어닥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교회가 세상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결코 없습니다. 사실 주님께서는 반대로 말씀하셨습니다. 

공의회와 함께, 교회가 다른 교파들과 “대화”를 함께할 것을 격려하는 계획된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런 질문을 던져야만 하겠습니다. “대화할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교회를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교황 성하께서 “모든 종교가 하느님께로 가는 길들이다.” 와 같은 발언을 하시고, 대다수의 주교와 추기경들은 일언반구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는 지점에 이른 작금의 사태는 공의회 이후부터의 논리적인 전개라는 것이 명확해 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교와 추기경들은 알고 있습니다. - 그들은 알 수밖에 없습니다. - 자신들이 지키겠다고 약속했던 계단을 버리고 있다는 것을요. 보니파시오 8세 교황님께서 1302년에 반포하신 교서 Unam Sanctam은 이 계단에 대해 무류하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 “하나의 가톨릭 교회만 존재하고, 하나의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만 존재한다는 것을 믿고 따르도록 우리는 신앙의 성덕에 의해 강제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조건 없이 이를 굳건히 믿고 고백합니다. 이 교회 바깥에는 구원이 없고 죄의 용서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가에서 신랑은 이렇게 선포합니다. ‘나의 비둘기, 나의 티 없는 여인은 오직 하나. 그 어머니의 오직 하나뿐인 딸. 그 생모가 아끼는 딸.’ (아가 6:8(9)). 이 선택받은 이(그 생모가 아끼는 딸)는 그리스도께서 머리로 계시는 신비체를 뜻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머리는 천주이십니다. 교회 안에서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며 세례도 하나’입니다. (에페 4:5) 대홍수 때 방주는 오직 하나였습니다. 이 방주는 한 분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입니다.”

천주께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 계단에 대해 다룬 많은 말씀들은 우리로 하여금 예외 없이 “아니요. 모든 종교들이 하느님께로 가는 길이 ‘결코’ 아닙니다.” 라고 말하도록 이끕니다. 베네딕토 15세 교황님께서 1914년에 반포하신 회칙 Ad Beatissimi도 이 계단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전체를 받아들이거나 전체를 거부하는 것이 가톨릭 신앙의 본질입니다: ‘이것이 공회의 믿는 도리라. 사람마다 성실하고 굳은 뜻으로 믿지 아니하면, 자기를 구하지 못하리로다.’ (성 아타나시오 신경) 가톨릭 신앙을 고백하는 데 있어 어떤 조건이든 한 마디라도 덧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각자 이렇게 선포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리스도인이 내 이름이요, 가톨릭이 내 성씨입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를 이렇게 부르며 현실 안에서 분투합시다.”

가톨릭 교회는 모든 종교가 선하고 “천주께로부터 온 것이라는” 거짓된 가르침을 ““언제나””단죄하였습니다. 이것은 종교 무차별주의의 거짓된 교설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거룩한 계단 위에 결코 놓여서는 안 되는 상판인 것입니다. 공의회 이후에 사람이 만든 재료로 만든 상판이 너무나 많고 사람들은 이 상판을 올려놓으려고 했습니다. 그들은 천상의 재료를 사람이 만든 재료로 대체하려고 했습니다. 왜냐 하면 원래의 천상 재료가 “뒤떨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늘나라가 지어낸 것은 결코 뒤떨어질 수 없습니다.

공의회 이후 나온 많은 내용들은 가톨릭 교회가 공의회 교회로 변화하는 운동을 의미했습니다. 특히 비극적인 것은, 오늘날 세상에 그리스도를 가져오는 것에 대한 초점을 우리가 거의 상실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미사성제에서 일어난 변화만큼 계단을 손상시킨 것도 없습니다. 오늘날 상황을 보면 교회는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와 함께, 빈 무덤에 들어갔을 때 했던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습니다. “저들이 주님을 어디에 모셨습니까?” 공의회 이후로 교회가 목도하고 있는 미사성제의 변화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주님께서 어디에 계시는지, 그리고 주님께서 모든 인류를 위해 바치신 사랑의 제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게 하였고, 성체 안에 실존하시는 주님께 대한 믿음은 뚜렷하게 약화되었습니다. 

옛 미사는 1970년에 금지되었습니다. 그리고 바오로 6세 교황님께서는 옛 미사를 지키는 사람들을 공의회에 반대하는 반역자라고 실제로 비난하셨고, 많은 가톨릭 신자들은 교회를 떠났습니다. 미사에서 일어난 변화에 대해 생각하니, 마르셀 르페브르 대주교님이 떠오릅니다. 성 비오 10세회(SSPX)를 설립하신 르페브르 대주교님께서는 70년대와 80년대에 불순명자, 반역자, 그리고 심지어 이교(異敎, schismatic)라는 딱지가 붙으셨습니다. 새 미사를 집전하기를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르페브르 대주교께서는 교회가 근대주의와 자유주의의 침투로 인한 깊은 “신앙의 위기”를 겪고 있다고 느끼셨습니다. 계단의 상판을 뜯어버리고 세상의 상판으로 대체하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있었다고 느끼신 것입니다. 대주교님은 네 명의 “전통적인 성향”의 주교를 교황님의 승인 없이 축성하였습니다. (비록 대주교님은 승인이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들은 이후에도, 몇 년에 걸쳐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 반복적으로 시도하셨지만 말입니다.) 왜냐 하면 대주교님께서는 전통적인 가르침과 트리엔트 라틴 미사를 유지하는 주교들 없이는 교회의 전통을 지속하는 일이 위험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주교님은 계단이 온전히 보존될 것을 확실하게 한 것입니다.

1976년에 르페브르 대주교님께서 13명의 비오회 사제를 서품하려고 했을 때, 바티칸 국무원의 죠반니 베넬리(Giovanni Benelli) 대주교께서 편지를 보내서, 공의회 교회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그리고 르페브르 대주교님은 이렇게 답장하셨습니다. “그런 교회가 무엇입니까? 나는 공의회 교회를 알지 못합니다. 나는 가톨릭입니다!”

저 자신도 신학교에 다닐 때, 신학교에서는 더 이상 라틴어를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사제와 주교로 살면서 항상 노부스 오르도(새 미사)를 거행했기에, 이런 문제를 이해하는 여정을 저는 지금까지 걸어왔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깨닫기를 촉구합니다. 제가 깨달아왔던 것처럼요. 거룩한 미사에 대한 문제가 시작된 것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희생 제사에 대한 초점을 치워 버리려는 시도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리스도와 그분의 희생 제사가 바로 미사 그 자체입니다.

우리 각자가 21세기를 살아가면서 1세기의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분투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런 점은 미사성제와 관련한 부분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교회의 여명기에도 미사성제의 순간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최후의 만찬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한 번 일어나는, 그리고 항상 일어나는 희생 제사를 보여주셨습니다. 순교자 성 유스티노의 설명을 보면 미사성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묘사하였고, 이런 초대 교회의 설명이 아름다운 것은, 그들이 미사가 기억하는 희생 제사와 시간적으로 아주 가까웠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리는 맨 처음 그리스도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께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주님의 제사와 우리 사이의 시간적 간격은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왜냐 하면 초대 교회의 신자들처럼 우리도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똑같은 주님께로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새 미사에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초점이 줄어들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런 일은 미묘한 방식으로 벌어집니다만, 우리는 또한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체 안에 실존하신다는 믿음에 대한 급격한 경시를 목격해 왔습니다. 공의회 이후 많은 경우에 이런 경시는 독성(신성 모독)의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전례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벗어나 사람에게 초점을 맞출 때, 주님의 거룩한 현존을 심각하게 경시하는 사태로 문을 열게 되는 것입니다.

노부스 오르도가 주로 자국어, 즉 미사가 집전되는 나라에서 주로 쓰이는 언어로 거행되는데 반해 전통 미사는 라틴어로 거행됩니다. 그런데 노부스 오르도의 표준 언어도 라틴어라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사목적 이유를 위해 지역의 자국어로 미사를 거행하는 조항이 생겼지만, 미사가 계속해서 라틴어로 거행되리라는 전망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노부스 오르도에서 라틴어를 재도입할 것을 촉구하셨습니다. 

노부스 오르도가 도입되었을 때, 제대 난간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그런데 제대 난간은 우리로 하여금 지성소(제대가 있는 곳. 그리고 하늘나라를 상징합니다. 바로 우리의 계단이 이끌고 있는 곳입니다.)와 성당의 다른 부분(지상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계단이 시작되는 곳입니다.)을 계속 구별하도록 도와줍니다. 전통 라틴 미사에서, 성체를 모시는 신자들은 제대 난간(천국의 문)에 장궤한 채로 사제가 배령하는 성체를 입으로 영합니다.

거룩하고 아름다운 노부스 오르도 미사도 꾸준히 드려지고 있습니다만, 새 미사가 수 세기동안 이어진 전례적 지속성의 단절을 의미한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서부터 미사 참례자가 심각하게 줄어들었고, 성소가 줄어들었고, 가톨릭의 핵심 가르침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었습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2007년 자의 교서 Summorum Pontificum에서 이러한 걱정들을 나타내셨고 전통 라틴 미사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시키셨습니다. 그런데 2021년 자의 교서 Traditiones Custodes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전통 라틴 미사에 대한 접근성을 다시 한번 심각하게 제한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 함께 비오 5세 교황님께서 전통 라틴 미사에 대해 말씀하신 1570년의 회칙 Quo Primum을 읽어보겠습니다 : 

“더 나아가, 본인은 본 법령의 조항에 따라 본인의 교황권에 의하여 모든 교회에서는 미사를 창하거나 염하기 위해 금후로 이 미사경본을 양심의 가책이나 일체의 처벌, 심판 또는 비난을 초래하리라는 두려움 없이 절대적으로 따를 것이며 자유롭고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영구히 승인하고 인정하노라. 지정된 직함이 무엇이든 장상, 관리자, 참사회원, 지도사제 및 재속 사제 또는 수도자는 본인이 명한 것과 어떤 식으로든 다른 미사를 거행하도록 강요받지 아니한다. 마찬가지로 본인은 누구도 이 미사경본을 변경하라는 강요 또는 강압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고 선언하고 명하며, 성좌의 이전의 교황령 및 교령 뿐만 아니라 관구 회의 또는 시노드 회의의 보편 또는 특수 헌장 또는 칙령에도 불구하고, 또한 오랜 유구한 규정에 의해 제정된 전술한 교회의 관행과 관습에도 불구하고, 본 교황령은 철회되거나 수정될 수 없으며 항상 유효하게 남는다고 선언하고 명하노라...”

1976년에 르페브르 대주교님께서 13명의 사제를 서품할 때 하신 말씀을 우리 모두 마음속에 간직해야 하겠습니다. 대주교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가장 거룩한 교회가 세기에 걸쳐 이 귀중한 보물, 성 비오 5세께서 반포하시어 교회가 우리에게 전해 준 미사성제 예식을 지켜올 것을 바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믿음 전체, 가톨릭 신앙 전체가 이 미사 속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에 대한 믿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천주성에 대한 믿음,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에 대한 믿음, 우리 죄의 용서를 위해 흘러내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혈에 대한 믿음, 초자연적 성총에 대한 믿음, 미사성제에서부터 우리에게로 전해지고, 십자가에서부터 우리에게로 전해지고, 모든 성사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믿는 바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미사성제를 거행할 때마다 항상 믿는 것입니다. 이것이 신앙의 가르침이고 동시에 신앙의 원천이요, 우리 신앙이 사방에서 공격받는 오늘날 꼭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 참된 미사가 필요합니다. 모든 시대에 있었던 이 미사가 필요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가 진정으로 필요합니다. 우리 영혼을 성신으로 채우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힘으로 채우기 위해서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과거 세대가 거룩하다고 여겼던 것은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거룩하고 위대한 것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전적으로 금지되거나 심지어 해롭게 여겨져서도 안 됩니다. 교회의 신앙과 기도 안에서 발전되어 온 보화를 보존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당연한 것입니다.”

저는 지금 여기서 이 점을 말씀드리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SPX는 가톨릭 교회 바깥에 있지 않고, 비록 교회법적으로 비정규적이지만, 이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타나시우스 슈나이더 주교님께서 SSPX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해오셨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주교님께서는 비오회에 대해 명확하고 지속적인 변론을 해주셨습니다. 주교님께서는 가톨릭 신자가 SSPX 미사에 걱정 없이 참례하고 비오회의 성직자로부터 성사를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비록 주교님께서 SSPX의 “교회법적으로 비정규적인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계시지만, 주교님께서는 이것이 교회 바깥에 있는 것과 동일하지 않다고 하십니다. 또한 주교님께서는 SSPX가 전통적인 가톨릭 신앙과 전례를 유지하는 것을 높이 사셨습니다. 슈나이더 주교님께서는 또한 이들이 바티칸에 의해 교회법적으로 완전히 인지될 수 있기를 요청하며, SSPX는 교회가 공의회 이전에 수 세기동안 실천해 온 전통적인 가톨릭 가르침과 성사를 지킬 뿐이라고 평하셨습니다.

마무리하며 저는 르페브르 대주교님께서 1974년에 내신 유명한 선언문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르페브르 대주교께서 사도의 길을 걸으셨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대주교님께서는 시대를 통해 내려온 미사를 순수한 형식으로 발견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 피난처를 세우도록 이끌리신 것입니다. 그 곳에서 신앙의 유산이 보호되고, 계단은 온전하게 보존되었습니다. 심지어 교회 안에 있던 원숭이들이 가장 귀중한 상판을 전부 빼서 내던져버리려고 하는 동안에도요. 여기 르페브르 대주교님의 선언문을 읽어 보십시오 : 

“우리는 온 마음을 다하고 영혼을 다 바쳐, 천주교 신앙과 그 신앙의 보전에 반드시 필요한 성전(聖傳)의 수호자인 가톨릭 로마, 지혜와 진리의 여왕인 영원한 로마를 고수한다.

바로 이 충실한 지지 때문에 우리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기간과 그 공의회 이후에 공의회에서 유래하는 모든 변혁에서 명백히 드러난 것들을 거부함이요 언제나 거부해 왔다. 그것은 신 현대주의(neo-Modernist)와 신 개신교주의(neo-Protestant)의 사조이다.

그 모든 변혁은 실로 교회의 붕괴, 사제직의 파멸, 미사성제와 성사의 파괴, 수도 생활의 멸실 그리고 대학교, 신학교와 교리문답에서 자연론과 떼이야르에 근거를 둔 가르침에 기여했으며 아직도 기여하고 있다. 그 가르침은 여러 차례에 걸쳐 교회의 장엄한 치교권으로서 단죄된 자유주의와 개신교주의에서 싹튼 것이다. 그 어떤 권위도, 그것이 비록 교계의 최고 권위일지라도 우리에게 우리의 천주교 신앙을 버리거나 줄이라고 강요치 못할 것인즉, 우리의 천주교 신앙은 19세기 동안 교회의 치교권으로서 명백하게 표명되고 공언돼 온 대로의 것일진저.

성 바오로 이르시되, "그러나 우리라든가 혹은 하늘로부터 내린 천신이라도 우리가 너희에게 전한 것과 다른 복음을 전한다면, 저 저주를 받을지로다." (갈라 1:8)

오늘날 교황께서 이것을 우리에게 되풀이해주고 있지 않는가? 또 로마의 여러 성성의 행동뿐만 아니라 교황의 말과 행동에서 어떤 모순이 명백한 경우에는, 우리는 언제나 가르쳐져 온 것을 택함과 아울러 교회를 무너뜨리고 있는 혁신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lex credendi(신앙의 법칙)를 바꾸지 않고는 lex orandi(기도의 법칙)가 크게 바뀔 수 없다. 새 미사는 정통파 및 예로부터 내려오는 치교권에 대립하는 모든 것과 노선이 같다. 다시 말해서 새 미사는 새로운 교리문답, 새로운 사제직, 새로운 신학교, 새로운 대학교 및 카리스마파(Charismatic) 혹은 오순절 교회(Pentecostal Church)와 노선이 같은 것이다.

이 같은 변혁은 자유주의와 현대주의에서 발원한 것이기에, 원형이 완전히 훼손된 것이다. 그것은 비록 그 행위가 정식 이단은 아닐지라도 이단에서 와서 이단으로 끝난다. 이런 것들을 깨닫는 충실한 천주교인이라면 그 누구라도 이 변혁을 채택한다든지, 하여간에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따르진 못할진저. 확실하게 구원되고자 할 경우, 교회와 천주교 교리에 충실한 태도는 오로지 변혁을 받아들이기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다.

우리가 그 어떤 모반도 일으키지 않고, 빈정거리거나 원한을 품지 않은 채, 거룩한 천주교회와 최고 주교 및 미래 세대에 이보다 더 크게 이바지할 수는 없다는 확신을 갖고, 예로부터 내려오는 치교권의 별 아래에서 사제 양성 사업을 벌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교회의 신앙, 도덕, 경배, 교리문답 교육, 사제 양성과 교회 제도에서 모든 시대의 교회가 믿고, 시행해 왔으면서, 요전번 공의회 현대주의의 영향을 받기 전에 세상에 나온 책에 성문화된 모든 것을 굳게 간직한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영원한 로마의 하늘을 가리는 어둠을 몰아낼 참된 성전(聖傳)의 빛을 기다린다. 그렇게 함으로서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과 복되신 동정녀, 성 요셉과 성 비오 10세의 도우심으로 로마 가톨릭교회, 성 베드로의 모든 후계자에 계속 충실하고, 성신 안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사의 충실한 분배자(fideles dispensatores mysteriorum domini nostri jesu christi in spiritu santo)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아멘.”

대주교님께서는 이 선언문을 반역 정신으로 쓰신 게 아닙니다. 오히려 왕이신 그리스도를 위해 싸우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결집하려는 외침으로써 쓰신 것입니다. 저 역시 주님을 위해 싸우고자 하는 외침으로써 위의 선언문을 여러분에게 드립니다.

이 편지를 마치며, 저 역시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우리의 초점을 새롭게 합니다. 교회는 주님의 것이요, 미사가 주님의 것이며, 주님께서는 우리 영혼 구령을 위하여 당신 자신을 성부께 한 번 바치셨고 항상 바치십니다. 주님께 대한 우리의 초점을 흐리게 하려는 어떤 시도에든지 우리 맞서 싸웁시다. 그 대신에 온 교회가 –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 “빵을 쪼개는 순간에” 주님을 더 깊게 알도록 합시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만민의 구세주이시며 주님이시라고 선포합시다.

그리고 제 동료 주교님들을 위해 성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씀을 인용해 드립니다.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든지 진리를 수호해야 합니다. 우리가 다시 12명으로 줄어드는 한이 있더라도요.” 

전능하신 천주께서 여러분에게 강복하시고, 거룩하고 티 없으신 어머니께서 여러분을 지켜 주시고 언제나 그분의 거룩하신 아드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로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죠셉 E. 스트릭랜드 주교 

명예 주교

편집자 주 : 이 편지를 내신 뒤에 스트릭랜드 주교님은 X(구 트위터)에 다음과 같이 올리셨습니다.

계단에 관해 썼던 최근 편지에 대해, 저는 다음과 같은 점을 밝혀 두고 싶습니다. 다리가 영원히 놓여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리는 안전한 장소를 위한 길을 제공할 뿐입니다. 예를 들어 계단이나 다리는, 우리가 그 위에 굳건히 서 있다면 우리를 천국으로 이끌어 줄 교회입니다. 한편 그 길에는 간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회의 원숭이”가 상판을 뜯어내고 그 자리에 사람이 만든 재료를 놓아서, 안전한 길을 보장하는 다리를 대체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초가 탄탄한 다리에는 “교회의 원숭이”가 들어올 수 없습니다. SSPX는 지금 그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물론 제가 특정 SSPX 성당이나, 다른 어떤 종류의 성당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오직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교회를 옹호할 뿐입니다. 르페브르 대주교님도 마찬가지이셨습니다. 대주교님께서는 단지 안전한 길을 위한 다리를 놓으셨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