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오10세회 총장과의 인터뷰

전 통 의  수 호 자

인터뷰 일자 - 2024년 11월 1일

   ‘안젤루스’ 2024년 11-12월호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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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사제회는 타협을 모르는 진리를 제공합니다. 

영혼들을 구하고 교회 전체를 섬기기 위해, 

사제회는 이 진리를 조건 없이, 그 수단과 함께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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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루스’: 

1. 총장님은 2024년에 성비오10세회가 수행한 역할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일각에서 주장하는 ‘평행 교회’가 아닌 전통의 증인인가요? 

1_1  전세계에서 펼친 선교 활동은 과거 성신신부회(Holy Ghost Fathers)와 비슷한가요?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요?

돈 다비데 파글리아라니(성비오10세회 총장): 2024년에 성비오10세회(이하 사제회)가 수행한 역할은 사제회가 설립된 이래 해온 역할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회헌에 정의된 대로입니다: “사제회의 목적은 사제직과 사제직에 관계된 모든 것이며 그와 관련된 것 외에는 없다.” 성비오10세회는 무엇보다도 먼저 사제의 성화에 전념하는 사제회이고, 따라서 사제직의 성화를 통한 영혼들과 교회 전체의 성화에 전념합니다. 회헌에도 설명되어 있죠: “성비오10세회는, 미사성제가 그러하듯, 본질적으로 종도적이다.”

설립된 이래, 사제회는 사제직, 미사, 신앙 및 교회의 모든 보화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전례 없는 위기라는 특별한 맥락에서 이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제회는 이 모든 보화가 실재하고, 또 (이 보화가) 모든 것의 복원에 지극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굳이 그 입지를 찾지 않았음에도, 사제회는 전통의 빛이 가리워진 상황에서 이 전통의 영광스러운 증인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점과 관련하여 사제회는, 교회의 전통을 위한다는 것을 이유로 ‘모순의 상징’이 되어 버린 것은 사실입니다. 사제회는 전통을 수호할 수 있는 독특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모든 자유주의적 개혁을 거부하는 사제회의 입장이 타협될 수 없고 교섭될 수 없는 만큼 그러합니다. 따라서 사제회의 입장은 현재의 상황에서 교회의 요구에 대한 직접적이고 완전한 응답으로 입증됩니다.

최근 들어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는데, 아마도 혼란스러운 가톨릭 신자들이 사제회를 보는 방식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시피, 사제회를 악마처럼 취급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사제회를 이교 또는 이교가 되어가는 평행 교회, 또는 현대성에 반발하고 과거에 고착되어 현 시대를 살아갈 능력이 없는 조막만한 단체로 보지 않습니다. 요즘 사제회는 종종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사제회가 영위하고 있는 보화 역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사제회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사제회를 발견한 가톨릭 신자들은 사제회의 설교, 전례, 사제들의 애덕, 신학교의 질, 성당의 분위기에 이끌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제회를 통해 점점 더 많은 가톨릭 신자들과 사제들이 교회의 보화를 다시 발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2. 성비오10세회는, 에클레시아 데이 공동체들이 오늘날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제공하는지요?

지금은 해산된 에클레시아 데이 위원회(Ecclesia Dei Commission)에 소속되어 있던 공동체들은 자기들의 수준에서 전통 전례를 제공하고 전체적으로는 전통 교리를 제공합니다. 피상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이라면, 이 공동체들과 사제회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공동체들은 자기들이 사제회와 차이가 있고 특히 순명 문제에서 그렇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사제회가 공석주의 정신에 고무되어, 누구에게도 해명할 의무 없이 살면서 교회의 일치와 신자들의 신앙에 위험이 되는 존재라고 묘사합니다. 그들의 주장을 단순화하면, 사제회가 “교회 밖에서” 하려는 일을 자기들은 “교회 안에서” 한다고 합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것은, 정작 그들에게는 제한된 자유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개인주의와 자유주의 원칙에 영향을 받은 교계가 허락해 준 공간 밖에 없습니다. 그 교계가 교회 전통의 필수적이고 태고적인 자리를 인정할 능력이 없는데도 그들은 개의치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종도직과 영향력은 구속되고, 방해받고, 타협되어, 그들의 구체적인 생존 문제는 점점 걱정스럽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그들이 전통을 고수하는 의미 자체가 그 논리를 잃어버립니다. 과연 그들이 누리는 이 제한된 자유는, 그들이 특별한 카리스마, 전례적 선호, 특별한 감성을 이유로 전통을 추구하기에 용인되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몇 가지 대단히 심각한 결과가 초래됩니다.

무엇보다 먼저, 그들은 더 이상 전통을 없어서는 안 될 것, 꼭 필요한 것, 교회에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갖는 것으로 방어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전통을 선호 상품으로써 요구합니다. 그들은 전통 전례를 거행할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개정된 현대 전례는 신앙을 변질시키므로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전통 교리를 가르칠 권리를 주장하지만, ‘이 전통은 신앙의 무결성의 유일무이한 보증이며, 우리는 전통에서 벗어나는 모든 성향을 지니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없습니다. 이 논리대로라면 전통은, 특정한 공동체의 존속과 유지에 필요한 것으로써 보호되고 방어되어야 하는 일개의 선(善, good)의 수준으로 전락해 버리고 맙니다. 그러나 전통은 교회 전체의 공유 재산으로 방어되어야 하고, 모든 가톨릭 신자 개개인이 (전통에 대한) 그 권리를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써 여겨져야 합니다. 반면에, 그들은 자기들이 처한 위태로운 상황 이외에도, 신앙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데도 제한이 있는 상황을 마주합니다. 특히, 모든 형태의 자유주의를 반대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불가능합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전통을 반대하는 오류를 동시에 단죄하지 않고서는 이 전통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오류에 입을 꼭 다문 채로 있음으로 해서, 그 오류가 얼마나 유해한지 더 이상 인식할 수 없게 되고, 결국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오류에 서서히 동화됩니다.

물론 우리는, (위 공동체들의) 사제들이 이런 저런 상황에서 사목활동을 통해 일구어 내고 있을 선(善)들이나, 그들의 (전통에 대한) 열정에 대해 판단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여기서 짚고 있는 점은 이 공동체들의 위태로운 상황과, 설립된 이후로 그들이 구체적으로 얽매인 조건으로 인해, 그들이 보편 교회를 조건 없이 섬길 수 있는 모든 자유를 객관적으로 박탈당했다는 점입니다.

르페브르 대주교님의 경우, 그분은 협박이나 타격에 본인이 위축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셨습니다. 교회를 위한 이 싸움을 지속할 수 있는 수단을 대주교님이 사제회에 수여하는 데에 있어서, 그분은 사제회에 최고의 자유를 결연히 제공하셨습니다: 그것은 모든 인간의 권위에 관해서 독립하길 원하는 거짓 자유가 아니라, 신앙, 사제직, 그리고 미사의 복원을 위해 완전히 조건 없이 일할 수 있는 참된 자유입니다. 오늘날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사제회는 타협을 모르는 진리를 제공합니다. 영혼들을 구하고 교회 전체를 섬기기 위해 사제회는 이 진리를 조건 없이, (이를 온전하게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그 수단과 함께 제공합니다.

3. 사제회 미사에 참례하기를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통 전례에 마음이 끌리는 신자들의 발목을 붙잡는 주된 이유는, 의심할 여지없이 교회법적으로 우리가 처해 있는 외견상의 불법 상황, 우리가 교회 당국의 공식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우리에게 순명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 문제는 전에 이미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교회의 일은 교회 당국의 구체적인 인정과 승인을 받는 것이 늘 바람직하긴 합니다만,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그것이 꼭 필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제회의 상황 자체는, 수십년 전부터 지금까지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는 교회의 상황과 맞물려 있습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이미 교회의 자기 파괴에 대해 언급하셨죠. 이것은 불행히도 교회 최고 당국이 현대의 오류들을 장려한 결과입니다. 이 오류들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공의회에서 초래된 개혁에서 교회 전체를 깊이 관통하면서, 수많은 신자들로 하여금 신앙을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교황은 영혼들의 구원과 교회 전체의 공동선을 위해 신앙의 유산을 보존하는 대신, 교회를 파괴하는 데 자신의 권위를 사용했습니다.

르페브르 대주교님이 이 자기 파괴를 거부하신 것, 파괴적인 새로움을 거부하시고 영혼들에게 교리, 미사 및 성사라는 초자연적 선을 계속해서 제공하심으로써 교회의 전통을 용감하게 보존하신 것은 그분의 영원한 공로입니다. 이것이 바로 교회 당국이 그분에게 제재를 가하고, 그분의 일을 억압하고, 그분에게서 교회법적 인정을 박탈하기로 결정한 이유였습니다. 그 당시에 긴박했던 사안은 다름 아닌 가톨릭 신앙과, 이 신앙을 표현하는 전례의 수호였습니다. 이 권위의 남용에 직면한 르페브르 대주교님은 당신의 일을 중단하는데 동의할 수 없으셨습니다. 만약 이에 동의하셨다면 그것은 신자들을 저버리는 일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견실한 교리와 전통 전례를 빼앗겼을 것이고, 현대의 오류들을 헤치고 나갈 나침반 하나 없이 남겨졌을 것입니다. 르페브르 대주교님은 사제회의 억압이 권위의 남용이자 교회의 선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임을 알고 계셨습니다. 자, 교황에게 권위가 주어진 것은, 교회의 선을 손상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이를 보존하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교황에게 순명해야 할 때는, 교회를 파괴하기 위해 협력할 때가 아니라, 교회의 이익을 위해 협력할 때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리고 과연 본의 아니게, 르페브르 대주교님은 (교황에게) 순명하지 않을 용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천주께 순명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영혼들의 구원이 교회의 최상의 법이고, 다른 모든 교회법은 이 최상의 법에 종속된다는 것을 기억하신 그분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금지 제재에 복종함으로써 이 최상의 법에 불순명하기보다, 이 최상의 법에 순명하고 교계에 의해 거부당할 위험을 택하셨습니다. “우리는 사람에게보다 천주께 순명해야 합니다.”

불행히도 이 상황은 지금도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사제회는 협박이나 비판에 대한 걱정 없이 영혼들의 유익과 그리스도의 유익을 계속해서 최우선으로 두고 있습니다. 사제회가 최고 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다면 정말 기쁜 일일 것입니다: 이는 당국이 자신의 사명의 의미를 재발견하여 교회의 참된 유익이 무엇인지를 이해했다는 표시가 될 테니까요. 그러나 이 합법화의 대가가, 수용될 수 없는 것 —교회를 파괴하는 오류와, 신앙을 변질시키는 전례— 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사제회는 가톨릭교회와 사제회의 성당에서 안식처를 찾는 영혼들을 배신하기보다, 사제회에 가해지는 부당한 불인정을 감내한 채 계속 일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4. 가정이 성비오10세회가 제공하는 혜택을 누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가정은 사제회의 매우 특별한 관심 대상입니다. 가정은 성소자가 태어나고 자라는 곳일 뿐만 아니라 내일의 가정을 이룰 젊은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사제회의 소수도원(Priory) 근처로 와서 정착한 가정들은 풍요로운 본당 생활의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성사로 양육되고, 기도의 리듬을 따르고, 다른 여러 가정들과 함께 활기를 얻어 서로 도움과 위로를 주고받는, 그리스도교 애덕의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가정이 사제회의 성당이나 소수도원의 생활에 관여할수록 더 좋은 모범 가정이 됩니다. 그러한 가정에서, 제대는 자연스럽게 중심이자 영적 생활의 원천이 됩니다. 그러한 가정의 신심은 가정의 관대함을 키워주고, 전례 생활과 성사 생활은 그 가정을 서서히 세속 정신에서 떼어놓으면서 그리스도교 덕목의 양육을 촉진합니다.

우리는 당연히 사제회 또는 사제회의 결연 공동체들이 운영하는 학교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직원들은 지적 수준과 신체적 수준, 그리고 도덕적 및 초자연적 수준에서도 완전한 남녀를 양성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리 사제회의 이 학교들은, 여느 사람의 일이 그렇듯 아직 불완전함을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위한 진정한 축복입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제회 제3회입니다. 제3회는 특히 가정에 매우 견고한 영적 체계를 제공하여 부모에게 맡겨진 다양한 의무, 특히 교육자로서 부모의 사명을 안내합니다. 이렇게 더 직접적인 결연을 통해, 신자들은 사제회 회원들의 기도와 공로를 통해 얻은 모든 성총의 혜택을 받고, 교회를 위한 사제회의 싸움에서 사제회를 영적으로 뒷받침합니다. 제3회 규계의 단순한 약속들을 충실히 지키는 신자들은 자신의 개인적 성화와 가정 전체의 성화를 이루는데 큰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5. 오늘날 전통 가톨릭 신자들이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일까요? 전통 신자들은 무엇에 가장 취약할까요?

제 생각에 첫 번째 위험은 안락, 물질주의, 관능 그리고 무기력으로 이루어진 세속 정신의 위협입니다. 우리 신자들과 사제회 회원들은 모든 인간이 그렇듯 원죄의 상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릇된 타인 존중 의식으로 인한 법 준수의 타협(human respect), 무관심, 이기심 또는 불결을 통해, 어느 가톨릭 신자의 영혼에서도 그리스도의 생명이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순진하게도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변질되지 않도록 우리 자신과 특히 젊은이들을 보존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 연구해야 합니다. 도덕적 및 이념적 시궁창이 되기 십상인 인터넷에, 누구나 어디서든지 접속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쇄도하는 영상, 그리고 그러한 영상을 아무 감시 없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심해 보아야 합니다. 그러한 사용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피해를 줄이고, 이에 대한 예방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견실한 대응을 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줄곧 전통주의자였던 가톨릭 신자들이 사이에서 우리가 주의깊게 짚어야 할 또 다른 위험 요소는,  (신앙의) 선배들의 노력으로 얻어진 편안한 상황에서 (신앙적으로) 나태해지는 위험입니다. 긴장이 풀리는 위험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저는 우리 선배들의 노력이 우리에게 의무를 지운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사와 전통이라는 보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오늘날 우리에게 마련된 주요한 여건들과 시설들은, 우리가 미사와 전통에 따라 더 충실히 살라고 주어진 것입니다. 선배들이 이룩한 결과 안에서 느긋이 쉬거나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구원받아야 하는 영혼들은 여전히 무수히 많고 그들을 대신해서 치르는 싸움은 어느 때보다 더 힘들고 더 필요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시설은, 우리 자신의 성화와 종도 사업의 발전을 위해 더 부지런히 일하라고 우리를 재촉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필요한 것은 아낌없는 관대함과, 그보다도 절대적이고 단호하며 초자연적인 종도적 생활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 짚어볼 위험요소는, 자기는 옳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소위 “틀린 사람들”을 경멸적으로 판단하는 태도입니다. 신앙에 대한 지식에서 오는, 지적인 안전 의식 속에서 머무른 채 살아가는 태도인 것이죠. 그러나 양성과 교육은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사람들은 종종 자기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잘못 생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기본이 되는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양성되고 교육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가톨릭 신자는 이웃을 계몽하기 위한 빛의 원천이 되어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요. 도리어, 자기가 이웃보다 더 많이 받은 것을 구실로 해서 이웃을 열등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늘 가져옵니다. 그 이름에 걸맞고 참된 애덕에 고취된 가톨릭 신자는, 무지한 이들이 참된 신덕을 발견할 수 있게 돕기 위해 그들을 자애롭고 따뜻하게 맞이하기로 마음을 정합니다. 살아있고 자애로우며 인내하는 애덕은, 쌀쌀맞고 거들먹거리는 비판으로 어수선하게 박식한 담론보다, 신덕을 전파하는데 훨씬 더 많은 일을 합니다.

6. 이제 총장님의 임기 중반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6년을 돌아보며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요?

지난 6년 동안 저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일 중의 하나는, 우리 사제들이 종도직 수행에서 보여준 관대함입니다. 그들의 관대함은 특히 코로나 위기에서 입증되었습니다. 그들은 특정한 위험을 신중히 감수할 수 있었고, 때로는 매우 창의적으로 영혼들의 필요에 가능한 한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위기 기간은, 사제회가 신자들의 영적 유익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예외적인 상황에 걸맞는 대응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원칙의 아름다운 실례였습니다: “영혼들의 구원이 교회의 최상의 법이다.”

최근에 우리 사제회가 얻은 또 다른 주목할 만한 교훈은 자의교서 『전통의 수호자(Traditionis custodes)』를 통한 것이었습니다. 논리상 현임 교황님의 관점을 드러낸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이 문서는, 1988년 르페브르 대주교님이 내리신 결정의 위대한 예지와 심오한 지혜를, 다시 한번 그리고 결정적으로 증명했습니다: 교황 위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교 성성을 진행하심으로써, 대주교님은 과연 “전통의 수호자”로서 그 사명을 추구할 수 있는 수단을 사제회의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이 선택이 적절했음은 오늘날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우리 주교님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교회에서 전통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 사제회가 완전히 교회의 보화로 살면서 누리고 있는 이 자유를, 오늘날 어느 누가 갖고 있습니까? 우리 종도직의 성장은 [주교 성성 결정의 지혜에 대한] 새로운 증거로 설명될 수 있음은 분명합니다.

7. 우리 주교님들에 대한 말씀이 나오고 보니, 제 생각에 우리 모두 티시에 드 말르레 주교님의 슬픈 선종을 마음에 두고 있을 것 같습니다. 주교님의 선종은 사제회에 어떤 의미가 있고, 사제회가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할 수단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중반에 접어든 총장님 임기로 돌아가서, 남은 6년을 총장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티시에 드 말르레 주교님의 선종은 사제회 역사에서 가장 의미있는 사건의 하나입니다.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가 진정 넘어갔습니다. 영원으로 들어가는 페이지입니다. 그러나 얼마나 장엄하고 아름다운 페이지인가요! 티시에 주교님은 처음부터, 르페브르 대주교님의 대서사시의 첫 순간부터 계셨습니다. 주교님은 우리의 설립자 지척에 계셨고, 사제회의 성장에서 오는 희로애락을 그분과 함께 하셨으며, 결국 그분을 계승하신 4위의 주교님 중 한 분으로 선택되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일평생 열렬하고 용감한 충성심으로 신덕과 사제회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싸우셨습니다. 교회를 위해서, 영혼들을 위해서, 끝까지 싸우셨습니다. 주교님은 힘에 부칠 정도까지 나아가셨습니다. 그분의 너그러움과 열정은 그분의 걸음이 닿을 수 있는 곳 훨씬 너머로 그분을 데려갔습니다. 주교님이 르페브르 대주교님과 사제회의 역사에 대해 말씀하실 때는 그분 특유의 열정이 돋보였습니다. 우리는 주교님이 그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티시에 드 말르레 주교님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의 주교님이 자랑스럽고, 그분이 남기신 모범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천주의 섭리가 이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분의 죽음이, 사제회의 사업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과 관련하여 문제를 제기합니다. 이제 사제회에는 두 분의 주교님만 계시고, 오늘날 교회가 겪고 있는 이 끔찍한 혼란의 시대에 영혼들에 대한 그분들의 사명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평정과 기도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습니다. 르페브르 대주교님의 모범을 따라, 사제회는 (천주님의) 섭리의 인도하심에 의탁합니다. 섭리는 우리가 따라야 할 길과 내려야 할 결정을 언제나 분명히 밝히 보여주셨습니다. 어제처럼, 오늘도 이 섭리가 우리를 안내하십니다. 내일은 섭리의 손 안에 있고 우리는 확신을 갖고 이를 따릅니다. 때가 되면, 우리는 영혼들과 사제회 회원들과 천주 앞에서 우리의 양심에 비추어, 우리의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할지 알게 될 것입니다. 평화 안에 머물면서 이 문제를 다만 성모님께 맡깁시다.

(사제회의) 장래와 관련하여, 대략적인 차원에서 언급해 보자면, 적어도 다가오는 몇 년간은 사제들과 신자들이, 지극히 중요한 이 문제에 새롭게 중점을 두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습니다: 바로 성소자의 필요입니다. 그리스도를 섬기기 위해 사제 생활이건 수도 생활이건 더욱더 많은 청원자들을 유치하는 방법에 관해서 뿐만 아니라, 성소자들의 인내를 다지는 방법에 관해서도 그렇습니다.

(이 성소를 위해) 우리가 반드시 더 많은 기도를 해야한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반드시 마음깊이 새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기도해야 합니다. 추수할 것은 과연 많으나 일꾼은 적으니, 천주께 추수 밭에 일꾼을 보내주시기를 기도합시다. 그리고 이미 받은 성소자들에 대해서는 천주께 감사의 기도를 바쳐 올립시다. 지난 몇 년간 사제회의 많은 성소자들로 인해 든든한 희망을 지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덕의 이상(理想)은 축성된 영혼들의 마음을 더욱 더 사로잡아야 하고, 우리의 젊은 신자들에게 더욱 더 매력적이 되어야 합니다. 영혼들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목말라 합니다. 그들에게는 수많은 종도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천주 홀로 이러한 종도들, 목자들, 관상하는 영혼들을 일으켜 세우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주께서 부르시기를 기도해야 하고, 너그러운 영혼들이 그분의 목소리에 마음을 열고 충실히 응답할 수 있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이 성총을 특별히 하자 없으신 동정녀, 측은지심의 어머니, 사제들의 어머니이시며 신앙심 깊은 영혼들의 모범이신 성모님께 청합시다. 

천주께서 여러분을 축복하시길 빕니다.

성비오10세회 총장 돈 다비데 파글리아라니

안젤루스  2024년 11-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