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 

치비타스 제159호 Editorial 

Ave Maria Immaculata

사랑하올 형제 여러분,

우리의 주님은 우리를 위해, 우리 구원을 위해, 사람이 되시어 태어나셨습니다. 

올해로 50주년을 기념하는 르페브르 대주교님의 1974년 11월 21일 선언을 성탄절을 맞아 함께 묵상해 봅시다. 왜냐하면 성탄의 핵심과 르페브르 대주교님의 선언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탄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진정한 구세주로 인정하고, 식별하며, 이를 받아들이는 데 있습니다. 어떤 마음을 가져야 주님을 식별하고 영접할 수 있을까요? 그 핵심이 르페브르 대주교님의 선언 안에 있습니다. 

영원한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님은 사람이 되사, 이 세상에 오셔서 전해진 모든 예언을 성취하시고, 기적까지 행하시며 당신이 메시아임을 증명하셨습니다. 또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그러나 유데아의 지도자들은 눈앞에서 예언이 성취되는 것을 보고도,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도 주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 세상의 일에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즐겁고 재미있게 보낼 것인가에만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천주님의 방식은 시간을 초월한, 즉 영원한 것, 더 나아가 자연을 초월한 초자연적인 것입니다. 이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습니다. 유데아인들은 예수님의 희생의 가르침, 십자가의 가르침 그리고 예수님의 청빈과 수난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특히 십자가의 죽음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왜 진정한 천주님은 이렇게 가난하신가? 왜 진짜 하늘의 주님은 이렇게 연약하신가? 왜 이토록 고통과 박해를 당하시는가?’ 유데아의 지도자들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영원한 로마

천주님의 방식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이미 오신 주님을 믿고, 사랑하며, 따름으로써 우리는 영적으로 주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천주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예수 그리스도와 한마음 한뜻을 가집니다. 왜냐하면 가톨릭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이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접 세우신 참된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교회는 비록 이 땅에서 인간의 나약함 때문에 고통과 핍박을 받을지라도 항상 시간을 초월한 영원성을 가지며 자연을 초월한 초자연적인 것을 추구합니다. 바로 여기에 르페브르 대주교님 선언의 핵심이 있습니다.

르페브르 대주교님은 이미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혁으로 인한 비참한 상황을 목격하셨습니다. 그 때 영원한 것, 초자연적인 것을 추구하시며 이렇게 선언하셨습니다. “우리는 가톨릭 로마, 가톨릭 신앙과 이 신앙유지에 있어 필요한 성전(聖傳)의 수호자인 영원한 로마, 지혜와 진리의 정배인 로마 가톨릭에, 우리의 온 마음과 모든 정성을 다하여 확고히 서 있음을 선언하는 바이다.” 

르페브르 대주교님은 여기서 ‘영원한 로마’라는 단어를 사용하십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 어느 당국도 교계(敎界)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그 어느 성직자도 19세기동안 교회 치교권에 의해 너무나 분명하게 표현되고 선언된 우리의 가톨릭 신앙을 포기하게 만들거나 약화되도록 우리를 강제할 수 없다. 성 바오로 이르시길, ‘우리라든가 혹은 하늘로부터 내린 천신이라도 우리가 너희에게 전한 것과 다른 복음을 전한다면, 저 저주를 받을지니라’(갈라타 1:8).”

대주교님의 계속 말씀하십니다. “만일 교황님의 말씀과 행동에서 신앙에 대한 어떤 모순이 분명히 드러난다면 우리는 그동안 배워온 대로 신앙을 지켜 나아가고 교회를 파괴시키려는 어떠한 혁신에 대해서는 귀를 막아야 할 것이다.” 

영원한 로마...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변하심이 없다... 세상은 지나가도 그리스도의 말씀은 결코 지나가지 않는다... 영원한 로마를 지지한다고 르페브르 대주교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2년 후(1976. 8. 29), 대주교님은 프랑스 릴에서 이렇게 강론하셨습니다. “교회의 파괴, 우리 신앙의 파괴, 우리 눈앞에 쌓여가는 폐허 앞에서 (...) 사제를 양성하는 것이, 교회가 필요로 하는 참된 사제를 양성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대주교님은 계속 말씀하십니다. “나는 이 사제들을 교회에서 인가받은 성비오10세회에서 양성했는데, 나는 그저 수세기 동안 모든 주교들이 해오던 일을 했을 뿐이다.”  대주교님은 “나는 사제 생활 30년 동안 한 일, 내가 주교가 될 수 있도록 평가받은 일, 아프리카에서 교황 사절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중앙준비위원회 위원, 그리고 교황청 보좌관이라는 지위에 오를 수 있도록 평가받은 일 외에는 한 것이 없다. 로마가 내가 한 일이 교회와 영혼의 유익을 위해 일했다고 평가한 증거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을 바랄 수 있겠는가?” 라고 하셨는데 즉, 교황님의 평가로 매우 높은 지위에 오르게 되셨다는 것입니다.

대주교님은 “그런데 지금 내가 30년 동안 해온 것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가 성무정지를 당하고, 아마도 곧 파문을 받고, 교회를 떠난 것으로 간주되어 반역자가 되고, 그 밖의 어떤 모든 일을 당하게 될까?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 그렇다면 내가 30년 동안 해온 일들도 성무정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나는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만약 당시 내가 지금 신학교에서 하는 것처럼 신학생들을 양성했다면 나는 분명 파문을 당했을 것이다. 당시 지금처럼 천주교 요리를 가르쳤다면 이단이라고 불렸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처럼 미사성제를 드렸다면 사람들은 나에게 이단성이 의심된다며 교회 밖으로 나가라고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교회 안에 무언가 변해버린 것이다.” 즉, 르페브르 대주교님은 영원한 로마의 목소리가 이제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르페브르 대주교

영혼의 구원과 교회에 대한 진정한 섬김

그렇다면 르페브르 대주교님의 50년 전 선언에는 또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그것은 영원성 이외에 초자연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르페브르 대주교님은 영혼의 구원, 진리에 순종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 교회를 섬기고자 하는 초자연적인 의지를 가지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르페브르 대주교님은 말씀하십니다. “우리의 구원을 위한 교회와 그 가톨릭 교리에 대하여 우리가 충실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는, 이 개혁을 받아드리길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다. 그 어떤 반항심도, 괴로움도, 비통함도 없이, 영원한 교도권의 인도 아래, 사제 양성이라는 우리의 일을 계속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거룩한 가톨릭교회와, 교황과, 후손 세대에, 우리가 이보다 더 큰 봉사와 기여를 할 수 없다고 우리는 확신한다.”

그러므로 현재, 비록 한국의 성비오10세회가 비록 말구유처럼 작고 가난한 곳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 해도, 혹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처럼 단죄를 받고 있다 해도, 겉모습이나 소문이 어떻다 해도, 우리는 가톨릭교회의 영원한 가르침을 믿고 사랑하고 실천합니다. 천주교회가 항상 사랑하고, 실천해 왔던 것을 우리는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예수 그리스도와 가톨릭교회와 교황님에 대한 진정한 봉사 그리고 영혼의 구원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임을 우리는 확신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성탄의 정신이라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르페브르 대주교님과 같은 결심을 세웁시다.  “성전(聖傳)의 진리의 빛이, 영원한 로마의 하늘을 모호하게 하는 어두움을 소멸시킬 때까지, (공의회의 근대주의자들의 영향 이전에 출간된 책들에 법전화 된) 우리는 영원한 교회에 의해 믿어왔던 신앙, 도덕, 천주께 대한 흠숭, 교리문답, 사제 양성, 그리고 교회제도, 이 모든 것을 단호히 고수하고 지지하는 바이다.”

르페브르 대주교님의 1974년 11월 21일 선언, 이것이 바로 주님의 성탄을 축하하고 주님을 받아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성탄을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노다 토마스 신부

한국성비오10세회 주임사제